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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다이어트 중이다.
평상시 저녁을 안 먹지만 약속이 있는 날은 먹는다.
또 주말은 평일 못 잔 잠을 자고 늦장을 피우지만, 오늘 예정된 저녁 식사가 있어 운동하기로 하고 일찍 일어나 아내와 함께 산책하고 돌아와 바로 집 근처 운두산으로 향했다. 몇 번 산책 삼아 초입만 다녀왔지 정상을 가지 않았다.
오늘은 정상을 목표로 열심히 올랐다.
이 산은 등산객이 거의 없다. 오늘은 두 그룹의 등산객을 빼고 한 명도 마주친 적 없었다.
등산로는 빼곡히 나무에 둘러쌓여 빛조차 들어 올 수 없을 정도다.
산은 오르락내리락 심심하지 않다.
산 정상에 오르면 주변 경관을 보면 감탄하리라 생각했건만 그렇지 않았다. 산이 낮아서 그런가!
하산 길은 온 길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했다.
이 선택이 잘못된 선택임을 안 것은 30분 정도 흐른 뒤였다.
사람이 다닌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 길 모습이다.
핸드폰 지도를 살펴보니 등산로에서 벗어나 있었다.
등산로 방향으로 가려고 하였으나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경사가 매우 심하고 낙엽이 깔려 조금만 긴장을 늦추면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찌었다.
시간은 오후 12시 경이라 날이 훤해 일단 길을 찾는 데 노력하기로 했다. 그래도 안 되면 119에 조난 신고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헤매기를 약 한 시간 반이 지났을 무렵 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 보였다. ‘아! 살았다.’
왼쪽 오른쪽 어디로 갈까! 계속 찾으려던 등산로 방향 쪽을 선택했다.
얼마를 갔을까!
길이 막혔다. 등산로도 없다.
낙심하지 말자.
이쪽이 막혔다면 반대쪽에 시작된 곳이 있지 않겠는가.
지도를 살펴보니 반대 방향에 성묘유원지가 있다.
확신을 갖고 열심히 걸었다.
이 길은 다 좋았다. 강한 햇빛을 온몸으로 받는 것만 빼면.
금방 다녀올 것으로 예상하고 물을 넉넉히 챙기지 않았다.
거의 바닥난 물을 한 모금 입만 축이고 아껴 마셨다.
지도로 보는 것보다 유원지는 꽤 멀었다.
중간중간 갈림길에서 지도를 확인하고 확인하기를 거듭하며 걷고 또 걸으니 건물이 하나 나타났다.
중앙기도원이다.
드디어 오늘 등산을 마무리 할 수 있다.
길을 따라 내려가니 몇 번 와 본 익숙한 곳이 나왔다.
이곳엔 버스 정류장이 있다. 다행히 버스카드를 챙겨나 왔다.
아내를 호출할 수 있었지만, 주말엔 도로가 나들이객으로 매우 혼잡하여 부르지 않았다.
버스 정거장에서 몇 분 기다리니 저기 버스가 온다.
어랏! 나를 못 보고 지나치는 버스를 손을 흔들어 급히 잡아타고 어렵게 집에 도착했다.
이런 게 개고생일 것이다.
나중에 할 이야깃거리가 하나 만들어졌다.
저녁 먹기로 한 시간이 아직 남아 잠시 잠을 청했다.
아내가 깨워 일어났다.
온몸이 뻐근하다.
일단 정신차리고 이웃집에서 준비한 만찬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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